대전심리상담센터 나무둘울림

상담을 마치며

상담을 시작하게 된 순간을 돌아보면 ‘상담을 꼭 받으라’며 누군가 계시를 내려준 것 같았습니다.

상담이 필요하다고는 늘상 생각했습니다. 사실 나무둘울림 센터도 꽤나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머물던 공간이었어요. 그럼에도 계속 상담을 고민하고 찾아보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저 스스로를 버틸 수 없을 것 같고, 삶이 버거워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순간에 급하게 선생님께 상담 문의를 드렸습니다.

운이 좋게도 바로 다음 날, 마침 제가 가능한 시간에 가능하다 답변해주셨습니다.

정말 숨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었어요. 이게 저에게 계시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선생님과 마주했을 땐, 이상하게 엄청 긴장이 되고 마음이 붕 뜨는 것 같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런 저를 세심히 관찰하고 이 공간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셨고, 시간이 갈수록 점차 상담실이 편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불안이 심하고 우울한 제 자신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대인 관계에서는 자꾸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특히나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부담이 되진 않을까?’하며 걱정하는 것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 해결법을 찾아 고치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제 모습이 저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번 어떤 상황에서 우울한 저를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고, 불안함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억누르기만 했으니까요.

제 안에 저는 ‘우울해서는 안 되고, 불안해 해서도 안 되는, 그럴 명분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제 모습을 상담 장면에서 처음 지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박하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전에는 몰랐거든요.

이런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수용을 한다는 것도 처음에는 감이 잘 안 잡혔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도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여러 번 질문 드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못난 제 모습도 그럭저럭 애틋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담아뒀던 여러 이야기를 꺼냈던 경험도 참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했던 제 속 이야기를 상담을 하면서 말 그대로 쏟아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것 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고, 가벼워졌습니다. 마냥 복잡해서 꾹꾹 눌러 놓기만 했던 지난 아픔들이 한 번 나오고 나니, 그 안에는 생각보다 단순한 몇몇 감정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제가 이해되던 순간이었습니다.

참, 그리고 선생님의 상담은 말 없이 기다려주시는 순간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겠지만,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힘든 사람들이 참 많았고, 그래서 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거든요. 제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그저 저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였어요.

처음에는 선생님의 침묵이 정말 어색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 이 침묵은 나의 것이고, 내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침묵이구나.’, ‘나에게 핸들을 주시는구나.’하고 편해졌습니다.

이전까지는 막무가내로 억눌러왔던 것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게, 그리고 그걸 제가 경험할 수 있게 기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상담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말이 어떤 뜻인지는 종결인 지금에서야 좀 더 잘 와 닿은 것 같습니다.

힘든 일은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고, 우울의 관성은 쉽게 끊어지지도 않을 거에요.

그럼에도 확실히 얻은 것은 저에 대한 애틋함과, 저를 기다려주는 여유입니다.

이전까지 저에게 삶이란 그저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를 애틋하게 여길 수 있게 됨으로써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가진 우울과 불안이 강하게 찾아오더라도, 걔네를 억누르려 애쓰지 않고 온전히 경험하더라도 괜찮다는 사실을, 저를 기다려주는 여유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 둘은 참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없던 것들이었고, 지금도 살아갈 힘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이제 막 종결을 한 참이라, 제가 상담에서 배운 것들이 제 삶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 번 버티지 않고 살아 가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저보다도 세심하게 살피시고, 저를 기다려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에 주신 응원과 지지, 따뜻한 기원이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따뜻한 글귀도 책상 한 켠에 장식해두고 하루에 한 번씩 보며 응원 받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종결이 아쉽지만, 저의 새로운 도전도 기대가 됩니다.

제가 다른 분들의 글에서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상담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조금씩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자신을 기특해 하시고 애틋하게 여겨주세요.

추신. 상담을 받다 보면, 중간에 이게 맞는지 헷갈리는 순간도 있을 거에요. 마음이 허락한다면, 선생님께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을 거에요. 괜찮더라구요.

글 읽는 모든 분들이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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